‘정권심판론’ 바람 탄 서울… 전문가들 “민주당 우세”
권역별 판세 분석 ①서울
총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31일 여야는 254개 지역구를 두고 치열한 대결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심판론을 앞세워 과반 의석에 도전한다. 국민의힘은 이(이재명)·조(조국) 심판론으로 1당을 노린다. 경향신문은 총선 ‘D-10’을 맞아 권역별 판세 분석을 시작한다. 첫 권역은 총선 승패를 가를 핵심 지역이자 민심의 풍향계로 불리는 서울이다.
총선 때마다 서울에는 바람이 불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서울 49석 중 41석을 차지해 바람에 올라탔다. 그 결과 전체 지역구에서만 163석을 얻는 대승을 거뒀다. 반면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서울 48석 중 40석을 차지해 7석을 차지한 통합민주당(민주당 전신)을 압도했다. 전체 지역구에서도 한나라당은 131석을 얻어 통합민주당(66석)의 2배 를 차지했다. 서울이 어디로 기우느냐가 전체 판도를 결정한다. 22대 총선에서 서울의 바람은 어느 방향으로 불고 있을까.
경향신문이 취재한 3명의 전문가 중 2명은 서울 지역에서 민주당이 우세할 거라고 내다봤다. 나머지 1명은 대등한 결과를 낼 거라고 봤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민주당이 36~40석, 국민의힘 8~12석을 차지할 거라고 전망했다. 서울은 지난 총선에는 전체 49석이었지만 22대 총선에선 획정을 통해 48석으로 줄었다. 유 대표의 전망치 중 민주당이 최대치를 확보한 경우에는 민주당 40석 대 국민의힘 8석이다. 지난 총선과 비슷한 수준의 전망이다. 유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여론조사 동향으로 볼 때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7개 지역구(송파병 제외)와 동작을 지역 정도만 국민의힘에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용산도 현재는 민주당에 유리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양문석(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 케이스’는 부동산 문제라 20·30 세대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 같다”며 “조국혁신당의 ‘박은정(비례대표 후보 1번) 리스크’도 야당 쪽에 악재로 등장했다. (남은 기간) 조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민주당 33~36석, 국민의힘 12~15석으로 예측했다. 최 소장은 “(국민의힘이 유리한 지역은)강남 3구 8개, 강동 지역구, 동작 갑을, 영등포을이 있다”며 “용산을 비롯한 한강 이북의 한강 벨트에서는 오차 범위 이내에서 민주당이 앞서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힘 서울 의석이 12석에서 15석 정도 될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국민의힘이 15석 확보할 경우 30%를 차지하는 것”이라며 “지난 총선만큼 민주당이 서울 지역을 차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2월까지는 민주당이 밀렸고, 3월부터는 민주당이 상승세였다”며 “지지율도 경기 변동처럼 작용과 반작용이 있다. 민주당은 천장을 찍었을 확률이 높고, 국민의힘은 바닥을 찍었을 확률이 높다. 이 때문에 1~2%씩 조정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서울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반반 싸움’을 벌일 거라고 봤다. 엄 소장은 통화에서 “서울은 24대 24로 나올 거라고 본다”며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이 워낙 많다. 이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응답을 하는데 보수는 (상황이 좋지 않으니)잘 응답을 안 하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숨어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엄 소장은 “이런 여건 때문에 (여론조사를 보고) 민주당이 지금 이겼다고 하는 건 굉장히 오판이라고 본다”며 “주요 격전지에서 실제 투표함을 까보면 국민의힘이 (현재 여론조사보다) 약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21대 총선)기존에 이겼던 지역에서 우세한 결과를 내고, 거기에 더해서 ‘한강벨트’와 동대문·서대문의 일부 지역을 가져오면 대략 반반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우세 의견이 많지만, 정당 지지율 추이로는 민주당이 열세다. 한국갤럽이 2~3월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 8번 중 서울 지역 지지율에서 민주당이 높았던 적은 3월 2주 한 번뿐이었다. 이외에는 모두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높았고, 특히 2월 5주 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43%, 민주당이 26%로 조사됐다. 다만 조국혁신당 약진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일부 지지층이 이탈해 조국혁신당으로 넘어가는 현상이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흐름이 우세하다고는 보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영호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정권 심판에 대한 국민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건 맞다”며 “정권 심판론에 불이 붙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통일부 장관 출신인 용산의 권영세 의원, 국민의힘의 상징적 인물인 나경원 전 의원(동작을)이 있는 곳을 유심히 보고 있다”며 “지형상 국민의힘이 우세하게 나와야 하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정치 신인인 류삼영 후보(동작을)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건 정권 심판론이 강하게 먹히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 지역들도 ‘해볼 수 있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에게 “지금의 추세가 잘 이어진다면 21대 총선 수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면서도 “서울 지역은 경합이 많아서 변수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고 본다. 김선동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저희가 (서울 지역에서) 15% 정도 푹 꺼졌다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시점부터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며 “몇몇 지역들은 우세로 전환되고 있는 지역들이 나오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되는 시점에 (황상무 전 수석·이종섭 전 대사 등) 악재들을 어느 정도 덜어냈다.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제외하고는 거의 해결이 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정권 심판을 내세우고 있지만, 먼저 해야 할 것은 국회 심판”이라며 “이번에도 압도적인 의석수를 민주당에 주게 되면 어떻게 되겠느냐. 정치가 대통령에게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국민의힘에 유리한) 송파갑, 강동갑도 이제는 위험지역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과 양당이 모두 승부처로 꼽는 지역은 ‘한강 벨트’다. 동작을에선 류삼영 민주당 후보와 나경원 전 의원이 맞붙는다. 21대 총선에서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52.16%의 득표율로 나 전 의원을 꺾은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9일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조사에선 나 전 의원이 49%, 류 후보가 41.0%로 조사됐다. 용산은 지난 총선에서도 치열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과 강태용 민주당 후보가 ‘리바이벌’ 매치를 치른다. 21대 총선에선 두 후보의 격차는 0.66%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당시에는 정의당의 정연욱 후보가 3.18%를 득표한 바도 있다. 지난 28일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조사에선 강 후보가 42%, 권 의원이 41%로 조사됐다. 두 지역 모두 지난 총선과 최근 여론조사가 다른 결과를 나타내는 셈이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