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리 보도’ 징계하려는 김백 YTN 사장... YTN지부 반드시 막아낼 것”
김백 사장은 2022년 대선 당시 ‘쥴리 보도’를 했던 이들을 징계하려 하고 있다. 반드시 징계를 막아낼 것이다.
고한석 YTN지부장·이상엽 사무국장 인터뷰
“과거 YTN 탄압의 중심인 김백 돌아온 것은 악몽”
“김백·유진그룹 인정 못해···투철함 근저엔 분노”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난 2월7일 보도전문채널 YTN ‘민영화’를 승인했다. “정부의 언론장악 외주화”라는 반발에도 유진그룹이 YTN의 새 주인이 됐다. 지배구조 변화에 따라 김백 전 YTN 총괄상무가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8년 YTN 경영기획실장이었던 김 사장은 YTN 해직 사태를 주도한 핵심 인물로 꼽힌다.
김 사장은 지난 1일 취임식에서 “‘쥴리 보도’가 공영방송에서 민영방송으로 바뀐 이유가 아닌지 자문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해 노조 반발을 불렀다. 이틀 뒤인 지난 3일엔 “불공정·편파 보도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렸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 사장이 단체협약에 명시된 ‘임면동의제’를 거치지 않고 보도국장을 임명하자 노조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법적 다툼도 진행되고 있다.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과 이상엽 사무국장은 지난 11일 서울 상암동 YTN지부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구성원들의 분노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고 지부장은 “김 사장은 2022년 대선 당시 ‘쥴리 보도’를 했던 이들을 징계하려 하고 있다. 반드시 징계를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잘못하면 김백 돌아온다”는 농담이 현실로
- 김 사장이 지난 1일 취임했다. YTN 구성원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고한석 지부장(이하 고한석) =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YTN 탄압 과정에서 김 사장이 중심에 있었다. 그가 돌아온다는 것은 악몽이나 다름 없었다. YTN이 정상화된 후 구성원 사이에서 ‘우리가 잘못하고 화합하지 못하면 김백이 다시 온다’라는 말을 농담처럼 했다. 농담이 현실이 돼버리니 믿기지 않고 허탈하다. 일제강점기, 군부독재가 다시 시작된 느낌이다.
이상엽 사무국장(이하 이상엽) = 김 사장을 경험해보지 못한 후배들은 그를 자세히는 몰랐다. 그런데 김백이 사장으로 출근하자마자 말이 안 되는 조직 개편과 인사를 했을 때 반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국민 사과 방송은 거기에 기름을 부었다. 이후 기수별 성명이 올라오고 있다. 막연한 두려움도 있을 텐데 기수 성명 수위가 노조보다 세다.
- 노조가 보는 김 사장은 어떤 인물인가.
고한석 = 과거 YTN 탄압 과정에서 가장 문제적 인물이 (2009년 취임한) 배석규 사장이었는데 그 파트너가 김백이었다. 배 사장 밑에서 보도국장, 마케팅국장 등을 지냈고 상무까지 했다. (YTN 대표 콘텐츠인) <돌발영상> 폐지에 깊이 관여했고, 6명의 기자가 해직될 때 인사위원이었다.
2003년 첫 선을 보인 <돌발영상>은 2009년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 과정 당시 제작진이 해고와 정직 등 징계를 받으면서 폐지됐다. 이후 부활과 폐지를 반복하다 2018년 개편 때 다시 부활했다. 김 사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날 <돌발영상>이 불방됐다. 해당 영상엔 “칠십 평생 지금처럼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 “우리가 생각하는 최악의 정부는 문재인 정부”라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역공 등이 담겼다고 한다.
- 지난 3일 <돌발영상>은 왜 불방됐나.
고한석 = 과거 불방된 돌발영상은 2008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삼성에서 ‘떡값’을 받은 정부·검찰 고위 인사를 공개한 것과 관련된 것이었다. 사제단 발표에 앞서 청와대가 먼저 해명을 내보낸 것을 다뤘다. 미래를 어떻게 내다봤냐며 풍자했는데 ‘청와대 엠바고를 파기했다’며 불방시켰다. 이번엔 기계적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를 댔다. 여당과 야당의 분량 차이가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돌발영상>은 기계적 중립을 파괴하면서 존재 의미를 드러내는 콘텐츠다. 초 단위로 분량을 똑같이하는 방식으로 보도하면 어떻게 풍자를 할 수 있나.
- <돌발영상> 불방 이후 상황은 어떤가.
고한석 = 방송은 되고 있지만 제작진으로서는 기계적 중립을 신경쓰면서 자기검열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새 경영진이 노리는 게 바로 이것이다. 자기검열 없이 양심에 따라 보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경영진의 임무 아닌가.
“김백 사장 행보, 박민 KBS 사장과 판박이”
- 김 사장이 박민 KBS 사장과 유사한 행보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한석 = 너무나 판박이로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이 정치 뉴스가 사라지고, 연성화된 뉴스만 강화됐다. 김 사장이 최근 확대간부회의에서 문화·국제 뉴스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건 정치뉴스 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24시간 보도채널이라 윤석열 정부에 대해 보도할 수밖에 없는데 새 경영진은 눈치가 보이는 것이다.
이상엽 = 현재 KBS 9시 뉴스를 보면 방송 뒷부분 3분의 1이 국제뉴스다. ‘해외 토픽’에 나올 법한 것이 리포트로 제작되는 사례를 봤다. YTN도 그런 방향으로 갈까봐 우려스럽다.
- YTN 뉴스가 이미 그런 방향으로 바뀌었나.
고한석 = 곧 사원 인사가 나면 다 반영될 것이다. 김 사장이 같은 간부회의에서 ‘BTS 관련 보도를 많이 하면 BTS 팬들이 많이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BTS 팬들이 왜 YTN을 보고 BTS 정보를 얻겠나. 또 젊은이들이 게임을 많이 하니까 게임 관련 뉴스를 하라고 했다던데 게임하는 사람들이 왜 YTN을 보고 게임 관련 정보를 얻겠나. 시대착오적이다.
YTN은 지난 대선 당시 안해욱 전 초등태권도협회장이 유흥주점에서 ‘쥴리’라는 예명을 쓰는 김건희씨를 소개받았다는 주장을 담은 인터뷰를 보도했다. 김 사장은 이 보도를 “불공정 보도”라고 지목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 김 사장이 취임사에서 ‘쥴리 보도’가 YTN 민영화 계기가 됐다고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고한석 = 윤석열 정부가 YTN 민영화 과정에서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정부는 YTN 대주주인 한전KDN과 한국마사회의 자산 건전성을 위해 YTN을 매각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취임사는) 민영화가 자산 효율화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자기 고백 아닌가. 대선 당시 ‘쥴리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김건희씨에 대한 의혹 보도가 이어졌기 때문에 민영화했다는 것이다.
현재 김 사장은 ‘쥴리 보도’를 했던 이들을 징계하려 하고 있다. 징계는 반드시 막아낼 것이다. 당시 열린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실체를 추적하려는 더 많은 노력이 있어야 제대로 된 공정 보도라고 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내부 논쟁 등 자정 노력을 거친 결과물이다. 그런데 몇년이 지난 지금 기자들을 징계하겠다고 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
이상엽 = 물론 부족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사과방송을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족한 것과 부당한 것은 다르지 않나. 부족했을지언정 방향이 틀리진 않았다. 대선 유력 후보의 문제였다. 그런데 김백 체제는 자꾸 방향 자체가 틀렸다고 몰아가고 있다.
“보도전문채널에 대주주 입김 막을 방어막 필요”
- 조합원 혹은 YTN 구성원들은 어떤 분위기인가.
고한석 = 불안하고 두렵긴 하다. 하지만 YTN 구성원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들 확실하고 투철하다.
이상엽 = ‘김백은 안 된다’라는 마지노선이 있다. 김백도 김백이지만 대주주인 유진그룹도 다들 못 받아들이고 있다. 투철함 근저엔 분노가 있다.
- 2인 체제 방통위가 YTN 민영화를 승인한 데 대해 노조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지난달 기각됐다. 지분 매각을 되돌리기 어렵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고한석 = 공정방송은 지배구조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배구조가 어떻든 제대로 된 보도를 하고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회사를 다니는 것이다. 그런데 민영화된 공기업들이 어떻게 변해갔는지 역사가 말해주지 않나. 특히 이번 민영화는 YTN을 더 잘 되게 하려고 추진한 게 아니다. 김백이 고백했듯이 YTN 보도로 정권 기분이 나빴다는 것이다. 또 선거나 정책 추진을 위한 여론 등을 만들 때 YTN이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언론 노동자들이 노조를 중심으로 뭉쳐 있어 어떤 자본이 와도 쉽사리 흔들지 못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방송법 등 법·제도 개정을 통해 적어도 보도전문채널에는 대주주 입김이 크게 작용하지 않도록 방어책을 만들어 놓을 필요도 있다. YTN을 사회적 재단으로 환원하거나 공유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