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 강남' 분당도 무너지나?... 분당을도 위험하다
4·10 총선에서 경기·인천은 전체 254개 지역구 중 가장 많은 74석(29%)이 걸린 여야의 핵심 승부처다. 전체 유권자 3명 중 1명(32%)은 경기·인천 지역 거주자다. 각 후보들이 3%포인트 이내로 경합하는 지역이 가장 많은 곳도 경기도인 만큼, 여야는 이 지역 표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역대 경기도 총선 결과를 보면 2008년 이명박 정부 취임 첫해에 치러진 18대 총선을 제외하고 21대 총선까지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했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경기 59석 중 51석을, 인천 13석 중 11석을 휩쓸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경기 7석, 인천 1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22대 국회에서 경기·인천 지역 의석수는 각각 60석, 14석이다. 인구 증가로 4년 전 21대 총선보다 두 지역에서 각각 1석씩 의석이 늘어났다. 서울에서 경기·인천으로 30·40대 인구가 꾸준히 유입된 결과다.
제1당인 민주당 입장에서는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격차를 최소 30~40석 이상 벌려야 한다. 민주당이 우세한 호남·제주 의석은 31석에 그치는 데 반해, 국민의힘이 우세한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강원도 의석은 73석으로 두 배 이상 많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수도권에서 의석 절반만 확보해도 여유 있게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60석 경기도는? 민주당 “33~34석 우세” 국민의힘 “6~7석 경합 우세”
민주당은 총선을 9일 앞둔 1일 현재 경기도 전체 60석 중 33~34석을 우세 지역으로, 5~6석을 열세 지역으로, 20~22석을 경합 지역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낙관적 전망 경계령’을 내린 만큼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오차범위 밖으로 이겨도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차이 내외이면 경합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며 “국민의힘 지지층 중 적극적 투표층이 더 많아 투표율을 고려하면 10~15%포인트 차이까지도 경합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다만 민주당은 ‘성남의 강남’으로 불리는 경기 분당갑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오차범위 내로 접전을 펼치고 있어 내심 고무된 분위기다. 경기신문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21~23일 진행한 성남 분당갑 지역 여론조사(95% 신뢰수준, ±4.4%포인트)에서 이광재 민주당 후보는 48.4%,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는 40.5%였다. 분당갑은 16대 총선 이래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적이 없는 곳이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8~20일 진행한 성남 분당을 여론조사(95% 신뢰수준, ±4.4%포인트)에서 김병욱 민주당 후보는 40%,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는 42%였다.
국민의힘은 현역 의원이 있는 6곳을 포함해 경기 지역 6~7곳을 ‘우세’로 평가하면서 추격을 벼르고 있다. 여주·양평(김선교), 동두천·양주·연천을(김성원), 이천(송석준), 포천·가평(김용태), 분당갑(안철수), 분당을(김은혜) 의왕·과천(최기식) 등을 ‘경합 우세’로 분류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식 선거운동 개시 후 첫 주말인 지난달 31일 성남·용인·안성·이천 등 경기 남부 격전지를 샅샅이 훑었다. 여론조사에서 여야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는 곳들이다. 당 관계자는 “화성, 수원, 용인을 박빙 지역으로 보고 있으나 자체적인 판세를 분석하지 않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국민의힘 내 소속 현역 의원이 있는 경기 지역구 6곳도 사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최근 여론조사가 공표된 성남 분당갑, 안성, 평택병, 이천이 모두 박빙이거나 열세인 것으로 나타나자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렸다. 재선의 송석준 의원(39.9%)은 경기 이천에서 지난달 10∼11일 중부일보가 의뢰해 데일리리서치가 수행한 여론조사 결과 엄태준 민주당 후보(44.1%)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천은 17대 국회 이후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패배한 적이 없는 곳이다. 경기 안성에서만 4선을 지낸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29.3%)은 지난 15~16일 시사안성 의뢰로 메타보이스가 수행한 여론조사에서 윤종군 민주당 후보(49.8%)에게 20.5%포인트 밀렸다. (두 조사 모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14석 인천은? 민주당 “현역 11석 사수” 국민의힘 “현역 2석+알파”
민주당은 총 14석이 걸린 인천에서는 판세를 좀 더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현역 의원이 있는 11석 수성을 목표로 삼았다. 높은 정권심판론이 그 근거다. 김교흥 민주당 인천시당위원장은 통화에서 “시민들을 만나 보면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의 ‘도주 대사’ 논란,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 등이 종합돼 윤석열 정권이 무도하다는 반응이 많다”며 “전통시장에 가보면 상인들은 지금 경제 상황이 IMF(1997년 외환위기) 때 보다 더하다고 호소한다”고 전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일 인천의 ‘경합 열세’ 지역으로 판단하는 동·미추홀과 중·강화·옹진을 집중적으로 지원 유세했다. 동·미추홀은 4년 전 남영희 민주당 후보가 무소속 윤상현 후보에게 전국 최소 득표 차이인 171표(0.1%포인트) 차이로 졌던 곳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표는 무소속 윤상현, 안상수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 후보로 갈라졌었다. 중·강화·옹진은 4년 전 조택상 민주당 후보가 배준영 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2.6%포인트 차이로 석패한 곳이다.
국민의힘은 인천에서 확고한 우세 지역은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 현역 의원이 있는 동·미추홀(윤상현), 중·강화·옹진(배준영)을 수성하고 초과 의석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한동훈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인 계양을의 원희룡 후보를 지원하면서 “계양에서의 승부가 대한민국에서의 승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보는 판세와 남은 변수는?
전문가들은 경기·인천에서 민주당 우세를 전망했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경기에서 민주당 51~55석, 국민의힘 5~9석을, 인천에서 민주당 11~12석, 국민의힘 2~3석을 예측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경기에서 민주당 45~48석, 국민의힘 12~15석, 인천에서 민주당 9~11석, 국민의힘 3~5석을 내다봤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경기에서 민주당 35~40석, 국민의힘 20~25석, 인천에서 민주당 9석, 국민의힘 5석을 예상했다. 엄 소장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우세를 전망했으나 “지금 분위기 같아서는 민주당으로 의석이 더 넘어갈 듯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오만한 여당’ 프레임에 갇혔다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국민을 이기려 한 것으로 비친 오만한 국정운영이 치명적이었다”며 “한 위원장이 내건 이(이재명)·조(조국) 심판론만으로는 강하게 형성된 정권심판론을 깨기에 다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20·30세대 투표율은 총선 변수가 될 수 있다. 최종 투표율이 4년 전 21대 총선의 66.2%를 넘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최 소장은 “지난 총선보다 20·30세대가 덜 투표하리라고 본다”며 “고령층 투표율이 더 높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여론조사상 수치에서 1~3%포인트를 더하고, 민주당은 1~3%포인트 빼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막판에 불거진 야당 후보자들의 검증 리스크도 야당에 불리한 요소다. 유 대표는 “공영운·양문석 민주당의 후보의 아들 증여·편법 대출 논란, 박은정 조국혁신당 후보 배우자의 전관예우 논란으로 공정성 이슈가 선거 막판에 불붙는지 여부가 야권 리스크 포인트”라고 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