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주중 대사의 ‘예고된 참사’
“몇년간 국익을 어떻게 지킬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국익 앞에 대한민국 국민은 원팀이어야 한다.”
2022년 8월1일 중국 베이징에서 취임식을 한 정재호 주중 대사는 ‘국익’과 ‘원팀’을 강조했다. 1년9개월이 지난 현재, 주중 대사관은 자중지란에 빠졌고 국익도 챙기지 못하고 있다. 불행히도 이런 상황은 그의 취임 전부터 예상됐다.
정 대사 부임을 한달 앞둔 그해 7월, 베이징 한인 사회는 모였다 하면 그에 대한 얘기였다. 중국 전문가로,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출신인 그의 학문적 실력에 이의를 다는 이가 별로 없었지만, 그와 직간접적 인연을 가진 이들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이해심이 부족하다” 등의 부정적 평가를 내놨다. 그의 교수 시절 태도와 언행을 보면, 지식과 전략적 사고, 배짱, 인내, 포용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야 하는 ‘외교’를 다루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거의 모든 부처의 파견자들이 모인 대사관을 통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다.
실제로 정 대사는 부임 직후부터 그가 강조한 ‘원팀’ 발언과는 반대되는 행보를 했다.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첫 간담회에서 갈등을 빚었고, 1년 반이 넘은 현재까지 풀지 못하고 있다. 대사관 내부 직원과의 관계도 엉망이다. 부임 초반 고위 간부가 그와 갈등을 빚다 자리를 옮겼고, 정 대사의 눈 밖에 난 홍보관은 1년째 그에게 보고조차 하지 못하고 다른 직원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원팀은커녕 예산·인력 낭비가 심각하다.
지난달 중순 한겨레 등의 보도를 통해 알려진 정 대사의 ‘갑질 의혹’은 그가 직원들과의 업무 과정에서 쌓아온 과오가 한번에 터진 것이다. 정 대사는 꼼꼼한 업무 스타일이지만,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과도한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처에서 파견된 한 주재관이 대사의 모욕적인 발언을 참다못해 이를 녹음해 외교부에 신고했다. 그가 실행에 옮겼을 뿐이지, 이 직원 외에도 정 대사에게 폭언을 듣고 신고를 고민한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웬만한 갑질을 해도 공론화가 잘 안되는 대학에서 해오던 말버릇이 주중 대사관에서 사달을 낸 것이다.
문제가 터진 이후 대응도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갑질 신고 논란이 확산하자, 정 대사는 지난 1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본인 주최 특파원 간담회를 “일신상의 사유”를 이유로 취소하고 직원들에게 대신하게 했다. 직원에게 갑질 신고를 당한 정 대사가 본인은 뒤로 빠지고 또 직원을 방패 삼은 것이다.
주중 대사관의 자중지란에 중국과의 외교 관계에서 대사관의 존재감이 사라진 것은 당연하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지나친 저자세 외교를 폈다며 이에 대한 반성으로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할 말은 하는 ‘동등한 관계’로 방향을 틀었다.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주중 대사관은 중국 분위기를 잘 살피고 한국의 뜻을 오해 없이 전달하는 등의 막중한 역할을 맡았지만 현실은 중국 외교부와의 만남조차 제대로 갖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 대사가 취임 때 강조한 ‘국익을 위한 원팀’은 어디로 갔을까. 1년9개월이면 할 만큼 했다. 그가 진짜 국익을 위하는 길을 결정할 시점이다, 그의 고교 동창 윤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최현준 | 베이징 특파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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