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 청년표심, 윤석열 찍었던 2030... 민주당에 ‘꾹’
이들의 표심은 특정 정당 지지보다는 후보자의 지역구 관련성이나 거대 양당 체제·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청년 밀집지’ 분석, 민주당 쪽 평균 이상 이동
20대 남성 국민의힘 지지철회폭 커, 출구조사 결과
비례, 조국혁신당 지지 컸지만 전체 평균보단 낮아
4·10 총선에서 20~30대 청년들의 표심이 전체 평균보다 더 많이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보여줬던 20~30대 유권자들 역시 ‘정권안정’보다는 ‘정권심판’ 쪽으로 기운 셈이다. 이 같은 청년 민심 이동은 총선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6일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가 서울시 행정동 중 20~30대 거주 비율이 40%가 넘는 52개 동의 지역구 총선 투표 결과를 분석한 결과 1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민주당 쪽으로 표심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전체 평균 ‘표심 이동’이 민주당 쪽으로 10.8%포인트 움직인 반면, 20~30대 거주비율이 높은 이 지역에서는 14.5%포인트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결과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이 승리한 청년밀집 행정동은 27곳이었으나 이번 총선에선 5곳으로 쪼그라들었다.
※ ‘표심 이동’이란?
표심 이동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만을 대상으로 같은 지역의 대선과 총선의 득표율 차이를 비교해 얼마나 상대 당으로 민심이 옮겨갔는지를 추정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OO지역구에서 대선 때 국민의힘이 5%포인트 앞섰고, 총선 때 민주당이 5%포인트 앞섰다면 모두 10%포인트가 민주당 쪽으로 이동했다고 추정한다. 선거가 양당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양당의 득표율이 평균 95%가 넘기에 가능한 방법이다. 뉴욕타임스(NYT)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과 하원 선거 결과 비교할 때 활용하기도 했다.
‘청년 밀집지’ 변화폭 커… 총선 결과 주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연령·성별에 따른 투표 결과를 별도로 집계하지 않는다. 다만 여론조사나 출구조사 등의 결과로 연령대별 민심을 가늠할 뿐이다. 경향신문은 행정안전부가 공개하는 2024년 3월 현재 인구현황 데이터를 활용해 20~30대(20~39세)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추려낸 뒤 투표 결과와 연결지었다. 서울시의 20~30대 평균 비율은 29.5%다. 청년층 밀집지역은 이보다 10%포인트 높은 40% 이상 지역 52개로 설정했다. 관악구 신림동(65.9%), 광진구 화양동(64.6%), 서대문구 신촌동(60%) 등의 순으로 20~30대 비율이 높은데 대학가나 업무지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 지역을 살펴봄으로써 청년층의 민심을 간접적으로 추정했다.
득표율을 비교해보면 서울 전체에서 민주당 후보가 52.2%, 국민의힘 후보가 46.3%를 가져가 5.9%포인트 차이가 났다. 청년층 밀집 지역은 민주당 53.7%, 국민의힘 44%로 집계됐는데 득표율 격차가 9.7%포인트로 서울전체보다 더 컸다. 세부적으로도 비슷한 경향이 유지됐다. 신림동은 59.1%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 해당 지역구인 관악구을 전체 민주당 득표율 58%보다 더 높았다. 화양동은 56%가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는데, 지역구인 광진구을의 민주당 후보 득표율 51.5%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청년 밀집지역일수록 민주당세가 강했다는 얘기는 20~30대 표심 변화가 이번 총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국민의힘에 투표했다는 20대는 지난 대선 당시 45.5%에서 이번 총선에는 35.4%로, 30대는 48.1%에서 41.9%로 크게 감소했다. 타 연령대와 비교해볼 때 20~30대 감소폭이 더 컸다.
20~30대 성별로 보면 남녀 모두 국민의힘 지지세가 2년 전보다 감소했지만 남성이 여성보다 국민의힘을 더 지지하는 트렌드는 유지됐다. 다만 20대 남성의 경우 국민의힘 지지 철회폭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대선 당시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남성(58.7%)과 30대 남성(52.8%)이 윤석열 후보에게 많은 표를 던졌다. 20대 여성은 33.8%, 30대 여성은 43.8%가 윤 후보를 지지했다. 이번 총선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은 47.9%, 30대 남성은 48.3%가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20대 남성의 경우 2년 전에 비해 10.8%포인트가 빠졌다. 이번 총선에서 20대 여성은 25.3%, 30대 여성은 35.9%가 국민의힘에 표를 줬다. 지난 대선보다 각각 8%포인트 정도 지지세가 빠졌다.
그렇다면 실제 득표율은 어땠을까. 청년층 밀집 지역 중에서도 여성이 더 많이 거주하는 지역 33곳과 반대로 남성이 많은 지역 19곳을 나눠서 비교했더니 양 지역 모두 국민의힘 지지세가 비슷하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초’ 지역에서 국민의힘 득표율은 대선에 비해 6%포인트 하락했고, ‘남초’ 지역에서는 4.4%포인트 하락했다. 국민의힘은 대선 때 ‘여초’ 지역 33곳 중 19곳에서 더 많은 득표를 했지만 이번에는 승리한 곳이 4군데로 줄었다. ‘남초’ 지역은 국민의힘이 이긴 곳이 8곳에서 1곳으로 줄었다.
비례대표 선거에서 청년층에서도 ‘조국혁신당 돌풍’은 만만찮았지만 서울 전체 득표율에는 못미쳤다. 청년 밀집지 비례대표 득표율을 보면 국민의미래(34.1%), 더불어민주연합(29.1%), 조국혁신당(21%) 순이었다. 이어 개혁신당(5.1%), 녹색정의당(3.5%)이 뒤를 이었다. 서울 전체 득표율과 비교해볼 때 민주연합, 개혁신당, 녹색정의당은 높았지만 국민의미래와 조국혁신당은 낮았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20대에서 더불어민주연합(39.4%), 국민의미래(23.7%), 조국혁신당(18.2%), 개혁신당(10%), 녹색정의당(3.5%) 순이었다. 민주연합, 개혁신당, 녹색정의당은 서울전체 평균보다 높았고, 국민의미래와 조국혁신당은 낮았다. 30대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청년 밀집지 중에서 민주연합 득표율이 높았던 곳은 관악구 신림동(37.8%), 중랑구 상봉2동(35.9%), 관악구 중앙동(35.8%) 등이었다. 개혁신당 득표율은 동대문구 회기동(8.2%), 성동구 사근동(8%), 성북구 안암동(7.9%) 순이었다. 녹색정의당 득표율은 마포구 합정동(7.3%), 서교동(6.6%), 연남동(6.2%)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국민의미래 지지율은 송파구 문정2동(50.3%), 강남구 논현1동(44.8%), 중구 광희동(42.7%) 순이었다. 조국혁신당 지지율은 마포구 연남동(24.1%), 관악구 남현동(23.9%), 마포구 합정동(23.9%) 순이었다.
양상 바뀌는 청년 표심… “보수화 아닌 합리화”
전통적으로 청년층은 민주당 계열 정당 지지율이 국민의힘 계열보다 높았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20대에서 47.6%, 30대에서 56.9%로 전체 득표율(41.1%) 대비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런 기조는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이어졌다. 20대의 56.4%, 30대의 61.1%가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해 전체 득표율(49.9%)을 크게 웃돌았다. 이런 기조가 변한 건 지난 대선이었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20·30대에서도 이재명 후보와 대등한 경쟁을 펼쳤다. 청년 남성은 윤 후보를, 여성은 이 후보를 지지해 성별 차이도 두드러졌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보고서에서 “세대 간·세대 내 투표행태의 차이가 이번 선거의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인지에 따라 향후 선거의 전망이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번 총선서도 20~30대 성별선택은 달랐지만, 남성들의 보수정당 지지철회자가 많아 대선에 비하면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20~30대 남성이 특정성향을 갖고 있다고 일반화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20~30대는 ‘무당층’ 비중이 가장 높은 세대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대 이하(만 18~29세)의 41%, 30대의 26%가 무당층이라고 답했다. 40대(16%), 50대(11%), 60대(8%) 대비 높은 비중이다.
이들의 표심은 특정 정당 지지보다는 후보자의 지역구 관련성이나 거대 양당 체제·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임모씨(23)는 지역구(동작구을) 국회의원은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했지만, 비례대표 정당은 조국혁신당을 찍었다. 임씨는 “나 후보는 여기서 다선 의원을 지냈던 지역주민이라 전략공천으로 온 후보보다 낫다고 생각했다”며 “비례는 양당이 아니면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에 투표했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주민 홍예원씨(25)는 지난 대선에선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지만 이번 총선에선 국민의힘(지역구), 개혁신당(비례대표)에 투표했다고 밝혔다. 홍씨는 “지역구 민주당 후보가 당대표와 매우 밀접하면서 당내 주류를 차지한 ‘고인 물’이라 싫증을 느껴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년세대는 특히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진영, 이념을 떠나서 본인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선택을 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전 세대와 비교해 주거나 직장 등 전반적인 여건이 불안정하다보니 그런 이해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