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
견리망의(見利忘義)…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다’는 뜻의 ‘견리망의(見利忘義)’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혔다. 교수들은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다 보니 사회적 대의가 사라져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131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견리망의’가 30.1%(396표)의 지지를 얻어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혔다고 10일 밝혔다.
견리망의는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다’는 뜻으로, 논어 ‘헌문편’(憲問篇)에 등장하는 ‘견리사의’(見利思義)에서 유래했다.
견리망의는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했다. 김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는 견리망의 현상이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며 “오늘 우리나라의 정치인은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출세와 권력이라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편에 이로운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경우로 의심되는 사례가 적잖이 거론되고 있다”고 현 세태를 꼬집었다.
각자도생은 공적 영역뿐 아니다. 김 교수는 “(견리망의 현상은) 개인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라며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이 정당화되다시피 해 씁쓸한 사기 사건도 많이 일어났고, 당장 내 아이의 편익을 위해 다른 아이나 선생님의 피해를 당연시하는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올해도 빈번하게 발생한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교권 침해 등 문제도 개인의 이익을 중시한 현상이라고 짚은 것이다.
견리망의를 선택한 교수들은 사회 전반에 대의와 가치가 상실돼 가는 현상을 우려했다. 교수들은 “이익 추구로 가치 상실의 시대가 되고 있다”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다보니 오늘날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사회의 나아갈 방향이 불확실해졌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2위에 오른 사자성어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이었다.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으로 25.5%(335표)를 얻었다. 이승환 고려대 동양철학과 명예교수는 “(정부는) 국제외교 무대에서 비속어와 막말을 해 놓고 기자 탓과 언론 탓을 한다”며 “무능한 국정운영의 책임은 언제나 전 정부 탓이고, 언론자유는 탄압하면서 기회만 되면 자유를 외쳐대는 자기 기만을 반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3위는 24.6%(323표)의 추천을 받은 ‘남우충수(濫竽充數)’에 돌아갔다. ‘피리를 불 줄도 모르면서 함부로 피리 부는 악사 틈에 끼어 인원 수를 채운다’는 뜻으로 무능한 이가 재능이 있는 척한다는 의미다. 김승룡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는 “실력 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비유한 것”이라며 “속임수는 결국 자기 자신을 해롭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교수신문은 매년 12월 교수들의 추천과 투표를 거쳐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한다. 올해도 20명의 추천위원으로부터 26개의 사자성어를 추천받은 뒤 5개의 후보를 확정했다. 투표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설문조사 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이메일 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