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유권자네트워크, 투표참여 독려 릴레이 대자보 캠페인... 11개 대학선 화답 대자보도 붙어
"저는 정치도 잘 모르겠고, 뉴스를 열심히 보지도 않는 대학생입니다. (중략)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저도 그날 제 동생이 이태원에 가서 아침에 덜덜 떨며 문자를 보냈었습니다. 자취방을 알아보면서는 사기당할까 무섭다고 온갖 법과 서류들 정보를 외우고 다녔으면서도, 군대를 간 친구들을 두었으면서도 그 이상 생각하지 않은 게 부끄러웠습니다. 여러분이 용기를 낸 만큼, 저도 용기를 내겠습니다." - 동국대 대자보 중 일부
22대 총선 투표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국 대학 곳곳에 "내일을 위해 투표하자"는 릴레이 대자보가 붙고 있다.
지난 21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유정씨가 참사가 일어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2030세대에게 총선에 투표하자고 독려하는 대자보를 공개적으로 쓴 뒤부터다.
유씨에 이어 22일에는 "누구나 그 물살에 휩쓸릴 수 있었다"라는 제목 아래 채상병 사망 사건을 언급한 해병대 예비역인 신승환씨가 대자보를, "서이초 사건 그 후, 교사도 학생도 죽지 않는 교실을 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예비교사 포포씨가 대자보를 썼다. 24일에도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대자보를 썼다. 이들은 모두 윤석열 정부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청년들로 22대 총선을 앞두고'2030유권자네트워크'라는 이름 아래 모였다.
투표 참여를 호소하는 이들의 대자보는 전국 43개 대학에 붙었고 이후 화답 대자보가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25일부터 28일 현재까지 서울 노원구의 서울여대를 비롯해 전국 11개 이상 대학에서 학생들이 '화답 대자보'를 작성, 교내 게시판 등에 붙이고 있다. 대학 내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도 화답 대자보가 활발히 올라오고 있다.
"전세사기가 늘어나는 걸 보면 지금은 월세지만 나중에 전세 살면 사기 당하면 어떡하지 생각합니다. R&D 예산이 삭감되는 걸 보면서 연구직으로 살아가는 걸 고민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것을 봤을 때는 주변에 생존자와 가까운 사람들이 있다는 걸 들으면서 무섭기도 하고 내가 아닌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제가 싫었습니다. (중략) '바쁜 하루겠지만 투표를 포기하면 더 우리의 삶이 안 좋아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지겨운 절망을 넘어, 내일을 위해 4월 10일 투표장에 꼭 갑시다." - 한양대 대자보 중 일부
"제 동생도 이태원 참사 당일 이태원에 갈까 말까 고민했습니다. (중략) 제 부모님도 전세사기 피해자입니다. (중략) 지금보다는 조금 더 숨통 트이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막막함과 불안감 위에서 하루하루 살아내는 건, 언제까지 이어갈 수 없습니다." - 서강대 대자보 중 일부
2030 유권자네트워크를 제안했던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28일 <오마이뉴스>에 "짧은 시간에 대학생 분들이 많이 화답해주신다니 감사하고 반갑다"라고 전했다. 그는 "청년 국회의원 후보자가 너무나 적고 2030 청년 유권자의 피부에 와닿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공약이 논의조차 안 된다고 느끼는 현실이 안타깝고 답답해서 (대자보 작성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상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어 삶의 전반에서 불안이 크게 늘어난다고 느낀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냉소하고, 정치에도 환멸을 느끼거나 무관심하기 쉽지만 결국 우리의 문제는 우리 손으로, 투표로 바꾸자고 말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전국 대학에 붙은 '화답 대자보'의 사진과 내용.
(관련기사 : "지겨운 절망을 넘어서 내일에 투표" 이태원 골목에서 쓰여진 공개대자보https://omn.kr/27x4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