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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화의 민낯... “MBC 잘 들어” ‘KBS 장악’ ‘YTN 사과'

by 게으른 배트맨 2024.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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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화의 민낯... “MBC 잘 들어” ‘KBS 장악’ ‘YTN 사과'

 

[한겨레S] 황진미의 TV 새로고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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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 스트레이트’(문화방송) 화면 갈무리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문화방송) 화면 갈무리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문화방송)는 올해 3월31일 ‘‘독재화’하는 한국―공영방송과 ‘신보도지침’’(248화)을 방송하였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을 다룬 회차로, ‘입틀막’ 당하는 언론이 내지르는 비명 같은 방송이었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2018년에 문화방송 정상화 이후 복귀한 최승호 사장이 신설한 상징적인 프로그램이다. 2022년 김건희 녹취록 보도로 큰 파장을 일으켰으며, 윤석열 정권 출범 뒤에도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2023년 8월에는 양평고속도로 의혹, 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2024년 2월에는 김건희 명품백 스캔들을 다루었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248화)는 “엠비시(MBC)는 잘 들어” 하는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엄포로 시작한다. 1988년 노태우 정권 시절 고 오홍근 기자가 현직 군인들에게 ‘회칼 테러’를 당한 사건을 ‘농담이랍시고’ 언급한 황상무 수석은 이후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사직했다. 농담이나 말실수에는 진심이나 무의식이 숨어 있기 마련이다. 윤 정권의 언론관이 기자를 칼로 찌르고 제대로 처벌도 하지 않았던 군사정권의 낙후된 언론관에 못지않음을 은연중에 내비치는 것이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문화방송) 화면 갈무리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문화방송) 화면 갈무리

 

 

윤 대통령에게서 ‘전두광’ 모습이

한국방송(KBS)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맞춰 기획되었던 ‘다큐 인사이트’가 취소되었다. 총선 뒤 방송될 예정이었음에도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해부터 프로그램을 제작해온 이인건 피디(PD)에게는 현재 다른 프로그램이 맡겨졌다. 프로그램 제작 중단이 알려지자, 케이비에스 앞에서는 세월호 다큐멘터리 방영을 촉구하며 지난 2월부터 촛불집회가 열렸다. 프로그램 제작 중단을 두고 케이비에스 내부 게시판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한다. “그날 진도 앞바다에서 일어난 단순 해난 사건일 뿐이다”라는 의견도 눈에 띈다. 언제부터 케이비에스 내부 공기가 이처럼 변한 걸까. 구성원들은 박민 사장의 교체를 기점으로 꼽는다.

 

 

2023년 11월 박민 사장이 임명되었다. 그는 문화일보 출신으로, 방송 관련 경력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19년에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지냈고, 윤 대통령의 ‘술친구’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서울대 정치학과 후배다. ‘정치 낙하산’이라는 의혹을 받는 이유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박성중·김영식 의원은 ‘편파 방송인’으로 주진우·최경영·정연욱·정준희 등을 지목하며, 이들을 어떻게 조처할 것인지 물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케이비에스를 빨리 장악하고 정권을 비호하고 방어하면서 손에 피 묻히는 일을 박 후보자에게 맡긴 것”이라며 경고했다.

 

무소속 박완주 의원은 “케이비에스 사장은 편집국장이나 보도국장이 아니니 보도와 방송에 개입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박 사장의 취임에 즈음하여 ‘뉴스광장’ 앵커들을 비롯해 여러 앵커들이 하차하였다. 최경영·홍사훈 등은 먼저 하차하였다. 케이비에스 라디오에서 주진우도 하차하고, ‘더 라이브’가 폐지되었다. ‘뉴스9’의 평일 최초 여성 메인앵커 이소정도 하차했다.

 

 

 

KBS 캡쳐
KBS 캡쳐

 

 

 

2023년 12월26일 케이비에스 ‘시사기획 창’은 ‘원팀 대한민국 세계를 품다’ 편을 방송했다. 원래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시사기획 창’에서 별안간 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를 홍보하고 나선 것이다. 50분 내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를 비롯하여, 관계부처 공무원과 기업 관계자들이 등장하여 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말을 쏟아냈다. 시작부터 영국 및 프랑스 순방을 위해 전용기에 오르는 윤 대통령 부부의 모습을 비추고, 어두운 기내에서 참모진이 열심히 자료를 들여다보는 모습을 담고, 웅장한 배경음악과 함께 전용기 위의 대통령 부부를 비추는 화면을 담았다. 영상 문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면 낯간지러울 정도로 노골적인 ‘윤비어천가’였다.

 

여러번 등장한 성태윤 교수는 방송 이틀 뒤 대통령실 정책실장으로 발탁되었다. 상당수의 영상이 대통령실에서 제공한 것으로 보이고, 외교 라인의 핵심이라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주요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등 관제방송의 냄새가 풀풀 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시사제작2부에서 만든 아이템인데 부서원들조차 예고편이 나가기 전까지 당일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을 진짜로 만든 주체는 누구일까. 케이비에스가 ‘국민의 방송’은커녕, 아예 국정 홍보물을 받아다 트는 방송이 된 걸까. 분명한 것은 케이비에스에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독립된 언론의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박장범 앵커가 지난 8일 KBS 뉴스9에서 자신이 윤석열 대통령과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대신 쪼만한 파우치라고 표현해 비판을 받은 것과 관련해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도 파우치라고 표기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9 영상 갈무리 출처 : 미디어오늘(https://www.mediatoday.co.kr)

 

 

 

지난 2월7일에는 더 흉한 꼴을 보게 되었다. 김건희 명품백 스캔들로 여론이 들끓던 시기에, 케이비에스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가 방송되었다. 새로 교체된 뉴스9의 박장범 앵커를 대통령실로 불러서 3일 전에 사전 녹화를 진행하였다. 명품백은 앵커에 의해 “파우치”, “외국 회사 조그마한 백” 등으로 단숨에 의미가 축소되었다. 윤 대통령에겐 사과가 아닌 변명의 기회가 주어졌다. 앵커는 대통령 집무실 이곳저곳을 견학 온 학생처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둘러보고, 윤 대통령은 친근한 보스인 양 앵커를 자기 의자에 앉게 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당시 흥행 중이던 영화 ‘서울의 봄’에서 보았던 전두광(황정민)의 과시적인 행동이 자연스럽게 겹쳐 보여 뜨악한 순간이었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248화)에 의하면 케이비에스 특별대담을 만든 사람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하기야 “이 사진을 넣자, 이 이야기를 넣자”고 끊임없이 바꿔대고, 마지막에 다 같이 노래로 마무리하는 훈훈한 ‘망작’을 낳기까지 얼마나 극악한 시달림을 겪었을까.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문화방송) 화면 갈무리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문화방송) 화면 갈무리

 

 

 

이동관 ‘언론 탄압’ 또다시 족적 남기고

 

 

 

 

 

‘탐사기획 스트레이트’(248화)는 ‘케이비에스 장악을 위한 대외비 문건’을 공개하였다. 18쪽짜리 이 문건에 의하면 박민 사장은 취임 직후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임원·센터장·실국장 등을 우파 중심의 인물로 물갈이를 하여 조직을 장악하고, 사내 다수 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케이비에스본부를 무력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박 사장의 취임 뒤 행보를 보면 이 문건대로 실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취임 다음날인 2023년 11월14일 편파보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였다. 이후 이틀간 임원 72명에 대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해 조직을 장악했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248회 캡쳐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248회 캡쳐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248회 캡쳐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248회 캡쳐

 

 

 

케이비에스는 2018년부터 노사 단체교섭에 따라 국장급 보직자에 대한 임명동의 절차를 거치게 되어 있지만, 그런 절차도 무시했다. 이러한 인사 변동은 편성이나 제작에 영향을 미쳐 방송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이 문건은 케이비에스 간부들 사이에서 회람되다가 평직원 중 일부가 보았고, 노조에 입수되어 엠비시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 제보되었다. 그러나 방송이 나간 뒤 케이비에스 사쪽은 문건의 존재를 강력히 부인했다. “출처를 알 수 없고, 케이비에스 경영진이나 간부들에게 보고되거나 공유된 사실이 전혀 없는 문건”이라며 “정정보도 신청 등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응수하였다.

 

 

 

2023년 ‘케이비에스 장악을 위한 대외비 문건’(왼쪽)과 2010년 국가정보원이 이명박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지시로 작성했다고 알려진 ‘엠비시 정상화 문건’.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문화방송) 화면 갈무리
2023년 ‘케이비에스 장악을 위한 대외비 문건’(왼쪽)과 2010년 국가정보원이 이명박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지시로 작성했다고 알려진 ‘엠비시 정상화 문건’.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문화방송) 화면 갈무리

 

 

사실 이 문건은 보자마자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2010년 이명박 정권 때 ‘엠비시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향’이라는 문건이 있었다. 이 문건에는 인적 쇄신, 노조 무력화, 소유구조 개편, 민영화 등이 담겨 있었다. 국정원이 만들고, 배후에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있었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동관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언론장악에 앞장섰던 사람으로 악명이 높았지만, 윤석열 정권에서 다시 요직에 오른다. 윤 대통령의 대선 미디어소통특위 위원장, 특별고문, 대외협력특보를 거쳐 2023년 8월에 방통위원장이 되었다. 취임하자마자 케이비에스 등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을 대규모 해임했다. 또한 방송통신심위위원회에 직권을 남용하는 등 방송장악을 자행하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탄핵되기 직전에 자진사퇴했다.

 

 

김건희 여사에게 사과한 YTN 사장

지난 1일, 와이티엔(YTN) 신임 사장 김백이 취임했다. 곧바로 “김건희 여사에 대한 편파왜곡 방송”을 국민 앞에 사과한단다. 이것도 시나리오에 의한 것일까. 와이티엔은 원래 공기업이었지만, 지난해 가을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매각을 밀어붙였다. 12월에 이동관의 사임으로 매각이 잠시 보류되었지만, 결국 지난 2월에 사기업에 졸속 매각되어, 사영화되었다. 새로 뽑힌 김백 사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와이티엔 해직 사태를 주도한 인물이다. 2017년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발표한 ‘언론장악 부역 언론인 50인’에 류희림 현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김백 와이티엔(YTN) 새 사장 등 경영진이 3일 오전 김건희 여사 관련 보도 등을 ‘불공정 보도’의 사례로 들며 사과하고 있다. 와이티엔 화면 갈무리
김백 와이티엔(YTN) 새 사장 등 경영진이 3일 오전 김건희 여사 관련 보도 등을 ‘불공정 보도’의 사례로 들며 사과하고 있다. 와이티엔 화면 갈무리

 

 

 

스웨덴의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에서는 매년 각국의 민주주의 순위를 매긴다. 한국은 1년 만에 28위에서 47위로 내려앉았다. 민주주의 하락세가 두드러진 42개 ‘독재화’ 국가에 속한다. 세상에나. “눈떠보니 후진국”이 맞는 말이었다! 또한 한국은 언론 자유가 크게 위축된 20개국에도 포함된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다. 민주국가에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지만, 언론이 통제된 나라의 국민은 우민이 된다. ‘입틀막’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가 압살당하는 ‘독재화’ 시대의 초상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정치에 대한 효능감이 높다. 거리로 나와 탄핵을 막기도 하고, 탄핵을 끌어내기도 한다. 탄핵한 지 불과 5년 만에 같은 당에 정권을 주기도 하고, 무능과 위선에 등 돌린 지 불과 2년 만에 지지를 보내기도 한다. 기억력이 없냐고? 그게 아니라, 선거 때 손에 들린 민심의 회초리로 그때그때 권력을 심판하며 주권자의 거대한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선거가 너무 멀면, 거리에 나와 민심의 파도를 만든다. 민주주의의 후퇴를 목도하는 지금, 마침 주권자의 시간이다. 투표 잘하자. ‘독재화’하는 대한민국을 ‘민주화’하는 심정으로.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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